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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안 웃어도 돼요” — 착한 사람 그만두고 싶은 당신에게 필요한 훈련

유메노토키 2025. 6. 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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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방어훈련 워크샵에서 참여자들과 타격 자세를 훈련하고 있다. (사진 제공: 언니네트워크. 일다)

 

 

“무엇보다… 내가 웃지 않아도 되는구나… 그걸 알게 됐어요.”
8주간 제주 동남쪽 마을에서 함께한 ‘일상 대응력 향상 훈련’ 마지막 날,

한 참여자가 꺼낸 말이었습니다.

 

그분은 “자신이 만만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왔다고 해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웃으며 맞추는 게 습관처럼 굳어진 삶.
일기장엔 그런 기억들이 빼곡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 훈련을 통해 그는 “웃지 않아도 되는 선택지”를 새로 가지게 되었고,
지금은 ‘웃지 않기’를 일상에서 연습 중이라고 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사로서, 또 일상에서 더 나은 대응을 고민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 “이 좋은 걸 나만 할 수는 없지!”

제가 여성주의 자기 방어훈련을 처음 접한 건 2007년 봄, 스물한 살이었어요.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진행된 ‘10대 여성 다른 몸 되기 훈련’에 기획단으로 참여하면서였죠.

 

당시 함께한 10대 참가자들을 ‘쏘녀’라고 불렀는데,

그 쏘녀들과 3개월 동안 몸을 움직이고, 목소리를 내고,
‘여성다움’의 틀을 벗어나 내 몸의 새로운 가능성을 느껴본 경험은

제 삶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어요.

 

그건 마치 삶의 ‘빨간 약’ 같았달까요.
한 번 먹고 나면 다시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이후 제 일상에도 작은 변화들이 찾아왔어요.

 

학생의 과외비 입금이 미뤄지고 있었지만 말 한마디 못하고 끙끙 앓던 제가,
어느 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거든요.

“저… 그게… 과외비가 조금 늦어지는 것 같아서요…”

 

물론 연습실처럼 멋진 목소리는 아니었어요. 쪽팔리고 부족했죠.
그런데 놀랍게도, 그 말 이후 과외비는 매달 제때 들어왔어요.

그 경험이 너무 강렬했어요.

 

“이 좋은 걸 나만 할 수는 없지!” 하는 마음으로 친구와 함께
10주간의 자기 방어훈련 프로그램을 여럿 기획했고,
고등학교 교생 실습 때도 여학생들과 함께 훈련을 있어갔습니다.

 

그렇게 어느새 저는 자기 방어훈련 강사가 되었고,
지금은 제주 읍면 지역 여성들과 함께 ‘일상 대응력 향상 훈련’을 진행 중이에요.

 

 

💡 “경계”는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익히는 힘

자기 방어훈련이라고 하면 흔히 ‘호신술’을 떠올리지만,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바로 ‘경계’를 몸으로 익히는 훈련이에요.

 

경계란 무엇일까요?
제가 훈련에서 사용하는 정의는 이렇습니다.
👉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힘”

 

예를 들면,

  •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힘.
  • 상대가 불편해할 것 같아도 그건 그 사람의 몫이라고 선을 긋는 힘.

이 개념을 처음 체화하게 된 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IMPACT Bay Area 훈련에 참여했을 때였어요.

 

이곳에서는 진짜 위기 상황처럼 연출해 놓고,

몸의 기억(Muscle Memory)을 활용해 대응력을 훈련하더라고요.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단지 신체적 대응이 아니라 정서적·심리적 경계까지 포함해 훈련한다는 점이었어요.

“BOUNDARY!”라고 외치며 이메일로 경험을 나누던 시간.

 

그때 마음에 새겼죠. 경계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익히는 것이라고.

 

 

🧠 말 한마디, 몸에 새기기 “그만하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일상 대응력 훈련’은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는 기술을 넘어서
내가 일상에서 참고 넘기던 순간들을 다시 써나가는 훈련이에요.

 

우리는 매주 모여서 지난 한 주간의 경험을 나눕니다.
거절했던 이야기, 대응하지 못했던 아쉬움, 그리고 그 감정들까지.

  • “이번엔 잠깐 침묵한 후에 거절했어요. 심장이 너무 쿵쾅거렸어요.”
  • “‘그건 좀 아닌 것 같아’라고 말했어요.”
  • “예전엔 그냥 ‘네~’ 했을 상황에서 ‘괜찮습니다’라고 잘랐어요.”

그런 이야기들에 함께 손뼉 치고, 더 나은 대응 문장을 함께 찾아갑니다.

특히 제주 읍면 지역의 훈련에서는 공간의 경계가 자주 화두가 되었습니다.

 

마당이나 집안까지 불쑥 들어오는 일상이 익숙한 그곳에서,
한 참가자가 이렇게 말했죠.

“거기서 얘기하세요.” “저기로 가서 얘기하시죠.”

 

이 문장은 말 그대로 참가자들의 마음을 울렸고,
몸에 새겨야 할 문장으로 자리 잡았어요.

 

서울에선 한 번도 나온 적 없던 표현이죠.

 

 

💬 “왜 난 항상 참았을까?” 자책 말고, 이제부터 연습해요

우리는 자신을 지키지 못했을 때 자책하기 쉽습니다.
“왜 그땐 바보같이 웃기만 했을까…”

하지만 저는 강하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건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그렇게 훈련받아왔어요.
눈치 빠르고, 말 잘 듣고, 웃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메시지 속에서요.

 

그래서 지금 우리는 다시 몸과 마음의 감각을 연결하는 훈련을 하는 거예요.
효능감을 느끼고, 삶의 선택지를 늘려가기 위해.

 

제가 늘 마음에 새기고 있는 문장을 마지막으로 전할게요.

“자기 방어훈련은 더 강해지기 위해서 하는 훈련이 아니라
내 몸의 한계와 가능성을 알아가는 훈련이다.”
– 권김현영

 

 

 

🌈 당신의 경계는 당신만이 세울 수 있어요

‘거긴 위험해서 안 돼’라는 말 대신
“내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힘.
그건 연습으로 키울 수 있어요.

 

우리는 내일도, 모레도 다시 모여서
으쌰으쌰 즐겁게 훈련할 거예요.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참는 게 익숙했다면, 그만두는 연습을 함께 해보지 않겠어요?

 

이젠 ‘웃지 않아도 되는’ 선택지를, 당신도 가져도 됩니다. 🌿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상 대응력’.
누구나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힘”, “웃지 않아도 괜찮다는 감각”을 가질 자격이 있어요.

 

처음엔 어색하고 망설여지더라도,

몸에 새겨진 연습은 언젠가 분명히 당신의 말과 행동으로 나타날 거예요.
그때의 변화는 작지만 단단하게, 일상을 더 나답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어요.

 

지금 이 순간, 나의 경계는 어디쯤일까요?
오늘 하루, 내 몸과 마음이 전하는 신호에 잠시 귀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작은 용기와 따뜻한 말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기를 바라며, 다음 이야기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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